tvN 간판 예능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섭외력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최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감히 말하지만 2021년 BTS 섭외 이후 가장 강력한 섭외라는 생각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 쏟아 오르는 팬심을 감출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유퀴즈>에서 클래식 계의 BTS라 할 수 있는 조성진을 섭외해 출연한다는 소식은 정말 너무 놀라운 소식이었고 오늘만을 기다렸다. 결론은 “유퀴즈, 잘한다!”
1. 대한민국 Classic 붐을 일으킨 조성진
2022년 미국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8세의 어린 나이로 우승을 차지해 온통 떠들썩했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 뿐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뉴스였다. 2017년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대한민국의 선우예권이 우승한 이후 또다시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우승이라 이제는 K-Pop을 넘어 K-Classic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 서프라이즈의 시작은 2015년 피아노 부문에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는 쇼팽 콩쿠르에서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이자, 대한민국 최초 우승을 거머쥔 조성진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삼대 콩쿠르라 불리는 클래식 음악 콩쿠르가 있다.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러시아에서 열리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그리고 5년에 한 번,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인 쇼팽은 작곡한 거의 모든 곡이 피아노 곡으로 그를 기리는 쇼팽 콩쿠르는 차이콥스키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는 다르게 피아노 분야만 경쟁하고, 쇼팽 곡으로만 경쟁하는 콩쿠르다. 세계 삼대 콩쿠르에 버금가는 북미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도 피아노 분야만을 경쟁하는 대회지만 1962년부터 시작되어 1927년부터 시작된 쇼팽 콩쿠르에 비하면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한다. 냉전 시대에 러시아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미국의 연주자 반 클라이번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연주자라고 불리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이나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같은 연주자들도 각각 쇼팽 콩쿠르 1위 수상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음악계의 노벨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쇼팽 콩쿠르. 이런 대단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했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조성진의 우승 소식과 함께 가장 화제가 되었던 뉴스는 심사위원 중에 한 사람이 조성진에게 1점이라는 초라한 점수를 부여한 것. 그것이 누구였는지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진은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조성진의 수상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었고 조성진의 공연 티켓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 흔히 팬들 사이에는 조성진 공연을 보려면 해외에 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가 되었다.
2. 음악만을 사랑하는 순수한 청년 조성진
현재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다 보니 사실 조성진은 한국에서 공연을 통해 만나기도 어려운 인물이다. 2018년 모차르트 앨범 발매 당시 JTBC 뉴스룸에 나와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지만 그 이후 TV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비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유퀴즈>에 출연한 조성진은 대단한 음악가라는 것을 빼고 본다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 그 자체였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지만 여전히 더 아름다운 음악과 더 훌륭한 협연에 목마른 것 같다. 특히 세 계 투 탑이라 할 수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첫 인연을 특별하게 기억한다. 2017년 11월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시아 순회공연을 할 때 원래 협연하기로 했던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부상으로 취소하게 되면서 그를 대신하여 피아니스트 유자왕과 나눠 총 4번의 협연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2022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르와 협연을 했을 때도 갑작스럽게 대타로 투입된 것이라고. 당시 원래 하기로 했던 피아니스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 취소되어 급하게 당시 독일에 있던 조성진을 섭외했다는데, 하루 만에 독일에서 뉴욕으로 날아가 2년 동안 연습해 보지 않았던, 열정적인 연주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성공리에 연주했다.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와 깊은 포옹을 했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코피를 쏟았다고 하니 얼마나 열정적인 연주자인지 가늠이 간다.
‘취미로 뭘 할까’ 생각하는 게 취미라는 조성진은 음악만을 생각하느라 하루가 30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3. The Handel Project
매년 거의 100회 정도의 연주를 하며 각양각색의 레퍼토리도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조성진이 또다시 앨범을 냈다. 조성진의 앨범은 항상 기분을 좋게 해 주는데 그 이유는, 듣지 않았어도, 세계 최고의 클래식 앨범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의 상징인 아름다운 노란 레이블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진의 이번 앨범 역시 클래식 수요가 높은 영국 클래식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바로크 음악을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그것도 바흐가 아니라 핸델이었다고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헨델은 좀 더 가슴에서 나오고 멜로디적인 부분이 있어서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접하기 쉬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조성진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이 메이플 스토리 게임과 퇴마록이었다니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여전히 소년 같은 그의 수줍은 미소가 오랫동안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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