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였으니
그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말씀하신 자라 일렀으되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하라 하였느니라
이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
이 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 강 사방에서 다 그에게 나아와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니
요한이 많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침례 베푸는 데로 오는 것을 보고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
나는 너희로 회개하게 하기 위하여 물로 침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침례를 베푸실 것이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마태복음 3:1-12)
마태복음 1장과 2장이 예수님의 탄생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라면 본격적인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 시작 전, 그 시작의 포문을 여는 장이 마태복음 3장이라 하겠다. 마태복음 3장은 예수님의 오심에 앞서 예수님의 길을 준비한 세례 요한의 사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세례 요한은 누구인가?
누가복음 1장에는 두 아이에 대한 수태고지가 나온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만나 수태고지를 하기 전, 한 아이의 탄생이 예고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례 요한이었다.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에 제사장으로 어머니의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제사장의 직무를 행하기 위해 성전에 들어가서 분향할 때, 주님의 사자가 사가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천사가 그에게 이르되 사가랴여 무서워하지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이요 많은 사람도 그의 태어남을 기뻐하리니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
그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르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준비하리라
(누가복음 1:13-17)
누가복음 1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세례요한은 제사장이 될 수 있는 레위 지파였으며 아버지가 아비야 반열의 제사장이었으므로 자신도 아버지의 이름 따라 사가랴라는 이름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사는 아버지 사가랴에게 이름을 요한이라 지으라고 명한다. 하지만 제사장이었던 사가랴도 자신의 나이와 아내 엘리사벳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 천사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이다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받았노라
보라 이 일이 되는 날까지 네가 말 못하는 자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네가 내 말을 믿지 아니함이거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어지리라 하더라
(누가복음 1:18-20)
결국 제사장이었던 사가랴는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고 요한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사가랴로 이름을 지어주려 했던 이웃들과 친족들에게 서판에 요한이라고 써 이름을 정해줌으로써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과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먼 친척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수태고지를 받은 후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오자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요한이 뱃속에서부터 기뻐하는 모습을 설명해 준다.(누가복음 1:39-45)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그 길을 준비하기 위해 이사야 40:3-5절에 언급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쓰임 받았다.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
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침례를 전파하니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 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
(누가복음 3:2-6)
2. 세례 요한의 삶
세례 요한은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알았던 사람이다. 말라기 이후 400년간 선지자가 없어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던 시기에 살던 사람들에게 광야에서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회개를 선포하며 세례를 베푸는 사람들에게 군중은 환호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메시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포한다.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네가 누구냐 물을 때에 요한의 증언이 이러하니라
요한이 드러내어 말하고 숨기지 아니하니 드러내어 하는 말이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한대
(요한복음 1:19-20)
그런데 당시 세례 요한을 추종했던 일반 백성들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수가 너무 많아 바리새인들이나 사두개인들 조차 세례 요한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세례 요한이 죄 사함을 받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메시아로 기대했었다.
백성들이 바라고 기다리므로
모든 사람들이 요한을 혹 그리스도신가 심중에 생각하니
요한이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물로 너희에게 침례를 베풀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침례를 베푸실 것이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누가복음 3:15-17)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했지만 세례 요한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이 준비한 길을 예수님께 아낌없이 내놓았다. 자신의 본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내가 와서 물로 침례를 베푸는 것은
그를 이스라엘에 나타내려 함이라 하니라
(요한복음 1:29-31)
예수님의 등장으로 많은 군중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고 예수님을 따르자, 이를 우려한 세례 요한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그들이 요한에게 가서 이르되 랍비여 선생님과 함께 요단 강 저편에 있던 이
곧 선생님이 증언하시던 이가 세례를 베풀매 사람이 다 그에게로 가더이다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만일 하늘에서 주신 바 아니면 사람이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느니라
내가 말한 바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요
그의 앞에 보내심을 받은 자라고 한 것을 증언할 자는 너희니라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
(요한복음 3:26-30)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라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려운 이 고백으로 세례 요한이 얼마나 신실하게 하나님께 쓰임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세례 요한의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중 두 사람과 함께 섰다가
예수께서 거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거늘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는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라
(요한복음 1:35-37, 40)
요한은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 마저 아끼지 않고 예수님께 보냈는데 그중 하나가 시몬 베드로의 형제인 안드레였다.
3. 세례 요한의 죽음
세례 요한의 사역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너무 많은 군중들이 세례 요한을 따르고 있어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은 그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갈리리의 분봉 왕으로 있던 헤롯이 자신의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에게 장가든 것을 비판한 이유로 요한을 옥에 가두었다.
요한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너무 억울한 일이기도 한데,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께서는 요한이 옥에 갇히자 예수님의 사역을 시작하게 하신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마가복음 1:14-15)
이미 자신의 죽음을 감지한 세례 요한 역시 다시 제자들을 예수님께로 보내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가 맞는지 확인한다.
그들이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세례 요한이 우리를 보내어
당신께 여쭈어 보라고 하기를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하더이다 하니
마침 그 때에 예수께서 질병과 고통과 및 악귀 들린 자를
많이 고치시며 또 많은 맹인을 보게 하신지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누가복음 7 : 20-22)
이제 세례 요한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헤롯이 요한을 죽이려 하되
무리가 그를 선지자로 여기므로 그들을 두려워하더니
마침 헤롯의 생일이 되어 헤로디아의 딸이
연석 가운데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하니
헤롯이 맹세로 그에게 무엇이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하거늘
그가 제 어머니의 시킴을 듣고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얹어 여기서 내게 주소서 하니
왕이 근심하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그 함께 앉은 사람들 때문에 주라 명하고
사람을 보내어 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소반에 얹어서 그 소녀에게 주니 그가 자기 어머니에게로 가져가니라
(마태복음 14 : 5-11)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는 세계 삼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몇 년 전,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짧은 시간이라 작품 감상을 오래 할 수 없었는데 복도 끝에 전시되어 있던 한 작품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와 한참 동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례 요한의 죽음이었다.
일생을 화려한 옷도 입지 않고 훌륭한 음식도 먹지 않은 채 주의 일을 예비하기만 했던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도다"라는 큰 칭찬을 받았고 동시에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라고 누구나 예수를 믿고 큰 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이제 누구라도 침노하면 천국을 차지할 수 있는 축복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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