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JTBC 드라마가 2022년 말부터 대단히 성공적이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시작해 얼마 전 종영한 <대행사>까지 시청자들의 주말 시간을 사로잡는 모습이다. 2연타에 이어 JTBC가 자신 있게 내놓은 새로운 주말드라마 <신성한, 이혼> 역시 기대가 크다.
<신성한, 이혼>이 기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믿고 보는 배우, 조승우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으로 돌아오다.
조승우는 대한민국 남녀 배우를 통틀어 드라마, 영화, 뮤지컬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모두 수상, 진정한 그랜드 슬램을 이룬 전례가 없는 믿고 보는 배우다. 연극과 뮤지컬을 하던 20대 초반이던 2000년 데뷔작인 영화 <춘향뎐>로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을 뿐 아니라, 2006년 출연한 <타짜>에서 고니의 모습은 아직도 회자되면서 그 인기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뮤지컬 계에서는 내로라 하는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소위 ‘회전문’, ‘피켓팅’이라는 말의 시작이 조승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의 뮤지컬 출연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다. 명불허전인 <헤드윅>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만큼의 인기를 누리는 나라가 없을 정도라고 하는 <지킬 앤 하이드>,그 안에 전설의 명곡 ‘지금 이 순간’은 아직도 뮤지컬학과가 있는 대학교의 입시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뮤지컬 넘버라고 하니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다만, 드라마는 출연한 작품 수가 적고 그 흔한 SNS 조차 하지 않는 배우라 실상 드라마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많은 대중들에게는 목마름을 선사했던 배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승우가 이번에 JTBC를 통해 복귀했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2. 흥행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법정드라마, 거기다 트로트?
최근 방영된 법정 드라마들은 예컨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법정 드라마는 반드시 흥행한다는 무슨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방영된 소년심판도 전 세계적으로 시즌2의 제작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하니 법정드라마 불패신화는 맞는 말인 것 같다.
<신성한, 이혼>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어쩌면 가십거리가 되기 쉬운 이혼의 문제를 드라마 전면에 들고 나옴으로써 인간사 특히 부부 사이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처음 1, 2화는 유명 셀럽인 한혜진(이서진 역)이 불륜에 더해 불법 동영상 유출이라는 큰 사회적 이슈를 들고 나왔기에 첫 화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확실하게 끌었다. 100% 불리하다면 불리한 상황으로 거절하려던 차에 의뢰인의 유일한 요구가 아이 양육권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승우는 이 케이스를 맡기로 결심한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조건, 불륜을 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 상황에도 조승우(신성한 역)는 보기 좋게 승소를 하며 여성 인권과 가정 폭력이라는 실제 하는 더 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선마저 제공해 준다.
거기다, 흥이 넘치는 변호사 신성한(조승우 분)은 어떠한가. 소송 승리를 자축할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트로트를 걸쭉하게 불러 대 도로에서는 물론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민폐 이웃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들유들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는 이 남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관짝 같은 스피커로는 테스형을 집이 떠나가라 틀고, 고가의 와인 냉장고에는 소주를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매일 마시는 소주는 고급 와인잔에 따라 고추참치를 안주 삼아 음미하는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신성한 변호사의 원래 직업이 피아니스트였다는 점. 심지어 독일에서 교수까지 하며 와인을 즐기던,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면모의 이전 모습이 있다는 점이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어, 독일에서 피아노를 가르칠 정도의 신성한 교수가 ‘두뇌활동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나이에 고시 공부 2년 만에 고시패스를 하고 당당하게 변호사가 된’ 것일까? 조승우가 스피커 터져라 볼륨을 업시켜 놓고 불러 젖히는 노래를 들어보면 조승우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나 뮤지컬 무대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3. 주연만큼 소중한 명품 출연진들
드라마 인물관계도를 보면, 조승우, 한혜진 외에 김성균과 정문성이 각각 초중고 친구로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건물의 세입자로 분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삼총사가 모이면 각기 다른 색깔의 노래들을 열창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마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음악이 취미인 선생님들을 보는 것과 같은 흥이 생기고 술을 즐겨하는 모습에서는 술꾼 도시여자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다. 법정드라마라는 특성 때문에 매 회 차, 적어도 한 주차마다 하나의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 기대가 된다.
2022 SBS연기대상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남길 배우는 수상소감에서
“<악의 마음의 읽는 자들>이 완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흉악범들을 연기한 배우분들이 있기 때문에 완성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현장에서 그분들을 보면서 연기는 유명세로 하는 게 아니구나. 우리나라에 정말 좋은 배우들이 많구나. 항상 연기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현장이었습니다.”
라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는데, 정말 이런 법정 드라마처럼 매회차에 등장하는 악인들 혹은 의뢰인들이 없다면 드라마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3화의 주요 케이스가 될 것 같은 서러운 며느리 역할의 배우 역시 우리와 별반 다름없는 서민의 모습을 하고 명품 연기를 해주시는 역할이라 반갑고 몰입된다.
4. 음악, 드라마를 푸는 열쇠? 그것이 트로트던 클래식이던.
2화에서 승소를 감사하기 위해 찾아왔던 한혜진의 사연을 들은 조승우는 바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를 떠올린다.
“빗방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들. 근데 그 타공감은 뭐랄까 깊은 슬픔. 아다지오 같은.” 과연 피아니스트이자 교수님! 너무나 있어 보이는 말로 그 상황을 해석하는 조승우의 읊조리는 해설 속에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한 여인이 빗 속에서 우산을 떨어 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앞 장면에서 조승우가 독일에서 피아노 교수를 할 정도의 실력이 있던 아티스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가 왜 변호사가 되었는지 궁금증을 한층 더 자아낸다. JTBC 홈페이지에 나온 기획의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성한에게 누군가 그랬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하지만 이 남자는 그 말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직접 법 공부를 시작했어요. 언젠가 자격이 충분히 갖춰지면 최선을 다했다던 그 사람을 만나 따져볼 참입니다. 정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2화 마지막 장면을 멋지게 장식한 조승우의 청계천 다리 밑 피아노 연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2악장 아다지오로 시작해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으로 끝을 맺는 장렬한 연주. 이 연주로 추측하자면 깊은 슬픔의 타공감이 느껴지는 아다지오를 넘어 마왕에게 빼앗긴 아이를 되찾아 오겠다는 다급함과 절규와 다짐으로 들리는데 이 드라마의 시청 방향성이 아닐까?
요즘 왜 드라마들이 12부작으로 호흡이 짧아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성질 급한 시청자들을 애태우기 위함일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시즌 2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짧은 회차에 적응이 된 것인지 이제 20부작이 넘는 긴 호흡의 드라마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몇 가지 연결 고리를 찾아 놓으니 브라운관이던 무대이던 종횡무진 하는 조승우 배우를 발견하는 큰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마라 주말마다 또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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