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이다. 예수님께서 새벽에 로마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재판을 받으시다 결국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금요일.
불어로 금요일을 뜻하는 vendredi에는 '팔다'라는 의미의 동사 'vendre'가 들어가 있어 예수님이 가룟 유다에 의해 대제사장들과 로마인들에게 팔려 십자가에 못 박히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님과는 정말 몇 개월의 차이로 태어나 광야의 외치는 소리가 되었던 세례 요한. 요한복음에 보면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한복음 1:29)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예수님의 오심은 우리의 죄를 지고 우리를 대신에서 형벌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미 구약성경에서부터 예언되어 오던 예수님. 매일 잡는 희생 양이 아닌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단번에 확실한 희생제물로 오신 예수님이셨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야훼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그는 곤욕과 심문을 당하고 끌려 갔으나 그 세대 중에 누가 생각하기를 그가 살아 있는 자들의 땅에서 끊어짐은 마땅히 형벌 받을 내 백성의 허물 때문이라 하였으리요
(이사야 53:4-8)
고난 주간의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의 시간. 주님께서는 잠도 주무시지 않고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 하나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신다.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천사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더하더라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
(누가복음 22:42-44)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십자가 형을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하실 때, 마음이 심히 괴로우셔서 간절히 기도하신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떨어졌다. 그래도 기도의 방향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대제사장이나 빌라도 앞에서 심문받으시는 모습이 흡사 이사야가 예언한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은 것이다.
2. 심문당하신 예수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것은 예수님의 오랜 습관이었으므로 배신자 가룟 유다도 알고 있었다. 가룟 유다는 로마의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온다(요한복음 18:3). 그리고 새벽에 처음 예수님을 끌고 간 곳은 당시 대제사장이자 다른 대제사장 가야바의 장인인 안나스. 장소는 대제사장 집의 뜰. 그때, 예수님을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했던 베드로도 그 자리까지 따라간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게 된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오늘 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의 떼가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이르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그와 같이 말하니라
(마태복음 26:31-35)
이후 안나스는 예수님을 가야바에게 보낸다(요한복음 8:24). 다시 가야바는 예수님을 로마 관정으로 보내는데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한 것이다. 새벽에 관정에 나와 판결을 해야 했던 당시 로마의 유대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어떤 혐의도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군중이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치니 사람의 소리를 들어주게 된다.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그가 당연히 죽을 것은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워하여
다시 관정에 들어가서 예수께 말하되 너는 어디로부터냐 하되 예수께서 대답하여 주지 아니하시는지라
빌라도가 이르되 내게 말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
이러하므로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예수를 끌고 나가서 돌을 깐 뜰(히브리 말로 가바다)에 있는 재판석에 앉아 있더라
이 날은 유월절의 준비일이요 때는 제육시라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이르되 보라 너희 왕이로다
그들이 소리 지르되 없이 하소서 없이 하소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내가 너희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 하니
이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그들에게 넘겨 주니라
(요한복음 19:7-16)
3.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예수님에게 이렇게 십자가 형이 선고되었다. 때는 제6시. 유대 시간으로 하면 정오에 해당한다. 그때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올라가시며 갖은 채찍질과 모욕을 당하셨다. 이후 십자가에 달리셨다. 예수님의 좌우 옆에는 두 명의 죄수가 함께 십자가 형을 받았다.
달린 행악자 중 하나는 비방하여 이르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 하되
하나는 그 사람을 꾸짖어 이르되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하고
이르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3:39-43)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제6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9시까지 계속되었다. 예수님은 양손과 양발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극심한 고통 중에서 하나님을 부른다.
제육시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되더니
제구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마태복음 27:45-46)
사람들이 예수님께 신 포도주를 적신 해명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님의 입에 댔고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예수님은
다 이루었다.
하시고 운명하셨다. 다 이루신 것이다. 인류의 죄사함도, 인류의 구원도 모든 것을 예수님께서 다 이루신 것이다.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의 몸이 많이 일어나되
예수의 부활 후에 그들이 무덤에서 나와서 거룩한 성에 들어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니라
백부장과 및 함께 예수를 지키던 자들이 지진과 그 일어난 일들을 보고 심히 두려워하여 이르되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마태복음 27:50-54)
예수님의 영혼이 떠나시자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둘로 찢어졌다. 그동안 정결한 대제사장이 일 년에 겨우 한 번을 들어갈 수 있었던 지성소. 성소와 지성소 사이를 막고 있던 휘장이 찢어진 것이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우리가 단번에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장래 좋은 일의 대제사장으로 오사 손으로 짓지 아니한 것
곧 이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으로 말미암아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히브리서 9 :11-12)
예수님으로 인하여 우리는 하나님을 만날 담력을 얻게 되었다. 예수님의 완전한 순종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고 구원이 단번에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요 휘장은 곧 그의 육체니라
(히브리서 10: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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