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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m Deo

고난 주간의 수요일,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

by 위즈덤바이어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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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 주일에 예배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목사님께 질문을 했다. 

 

"목사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향유 옥합을 깨뜨린 사건이 두 번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요?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입성하기 전인 종려 주일 전에 나사로의 동생 마리아가 옥합을 깨뜨리는데, 마태, 마가복음에서는 시간의 흐름상 수요일에 한 여인이 향유 옥합을 깨뜨립니다." 

 

사실 이 향유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발에 붓고, 머리칼로 그 발을 닦은 사건은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성경에 배치된 위치로 보면 시기와 배경이 조금씩 달라 딱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그게 어떤 사건이든, 언제 일어났든 향유 옥합을 깨뜨려 머리칼로 예수님의 발을 닦을 정도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다는 점만은 공통적일 것이다. 

 

1. 누가복음의 향유 옥합 여인

향유 옥합을 깨뜨린 사건에 대한 묘사는 누가복음 7장에서 가장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림을 보는 것처럼 상세하게 성경을 기록한 누가의 덕이리라. 먼저, 바리새인인 시몬의 집에 들어가셨을 때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예수님이 그곳에 계심을 알고  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바리새인 시몬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향유 옥합 사건에 나오는 나병환자 시몬과 이름이 같다. 

 

한 바리새인이 예수께 자기와 함께 잡수시기를 청하니 이에 바리새인의 집에 들어가 앉으셨을 때에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있어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앉아 계심을 알고 향유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으니
예수를 청한 바리새인이 그것을 보고 마음에 이르되 이 사람이 만일 선지자라면 자기를 만지는 이 여자가
누구며 어떠한 자 곧 죄인인 줄을 알았으리라 하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시몬아 내가 네게 이를 말이 있다 하시니 그가 이르되 선생님 말씀하소서
이르시되 빚 주는 사람에게 빚진 자가 둘이 있어 하나는 오백 데나리온을 졌고 하나는 오십 데나리온을 졌는데
갚을 것이 없으므로 둘 다 탕감하여 주었으니 둘 중에 누가 그를 더 사랑하겠느냐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내 생각에는 많이 탕감함을 받은 자니이다 이르시되 네 판단이 옳다 하시고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시되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올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닦았으며

너는 내게 입 맞추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내가 들어올 때로부터 내 발에 입 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이에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함께 앉아 있는 자들이 속으로 말하되 이가 누구이기에 죄도 사하는가 하더라
예수께서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7:36-50)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머리털로 발을 닦는 여인

이 여인은 초대 받지도 않았고 이미 동네에 큰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여인이기에 예수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에게 전 재산일 수 있는 향유를 들고 들어간다. 하지만 똑바로 나설 수도 없어 내내 눈물을 흘리며 다가가 눈물로 주님의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발을 닦았으며 얼굴이나 손에 입맞춤하는 것이 아닌 발에 입 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고 값비싼 향유를 주님의 발에 부었다. 

 

이 여인의 마음이 전해지는가? 예수님은 그 여인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예수님과의 만남의 시작은 죄를 깨닫는 것부터이다. 베드로 역시 예수님을 자신의 빈 배에 모시고 그의 말씀을 듣고, 깊은 데 가서 그물을 던지라는 말에 순종하였을 때, 그때서야 영의 눈이 떠지면서 주님을 알아본다. 그리고 바로 고백하는 것이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이다.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누가복음 5:8)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 사건에서 예수님의 발에 향유 옥합을 깨뜨려 부은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가 아닌가 한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외에 여러 여성들이 예수님의 곁을 따르는데 그중에 항상 막달라 마리아가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그 후에 예수께서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고

또한 악귀를 쫓아내심과 병 고침을 받은 어떤 여자들 곧 일곱 귀신이 나간 자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 하여 자기들의 소유로 그들을 섬기더라
(누가복음 8:1-3)

 

2. 나사로의 동생 마리아의 향유 옥합

요한복음에 나오는 향유 옥합을 깨뜨린 사건은 배경과 등장인물, 시기가 달라진다. 요한복음 12장에 기록된 향유 옥합 사건은 나사로의 동네 베다니에서 일어난다.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그때에 나사로의 또 다른 여동생 마르다는 일을 하고 나사로는 예수님의 곁에 있었는데, 마리아는 향유 옥합을 가지고 나와 예수님의 발에 붓는다.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이르시니 이곳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가 있는 곳이라

거기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할새 마르다는 일을 하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를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를 가만 두어 나의 장례 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거니와 나는 항상 있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12:1-8)

나사로의 가족은 예수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신 가족이다. 

예수께서 본래 마르다와 그 동생과 나사로를 사랑하시더니 (요한복음 11:5)

그래서 예수님은 자주 이 집에 들러서 유하시기도 하고 말씀을 나누시기도 했다.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누가복음 10:38-42)

 

이 마리아는 항상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으며, 이 좋은 편을 택하여 빼앗기지 않는 여인이다.

 

3. 고난주간의 수요일,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

성경에는 고난 주간의 수요일에 대한 기록이 많이 있지 않다. 다만, 베다니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이 유하셨다는 이야기와 그때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이 있었고, 제자들 중, 가룟 유다가 향유의 낭비를 지적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는 주님은 가룟 유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신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마는
나 여호와는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고 각각 그의 행위와 그의 행실대로 보응하나니
(예레미야 17 :9-10)

 

마가복음에 따르면 향유 옥합을 부은 사건이 있은 후에,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대제사장들에게 넘겨줄 결심을 한다.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 유다가 예수를 넘겨 주려고 대제사장들에게 가매
그들이 듣고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약속하니 유다가 예수를 어떻게 넘겨줄까 하고 그 기회를 찾더라
(마가복음 14:10-11)

그런데 이 전까지만 해도 예수님을 죽이려고 궁리를 했으나 예수님의 인기가 너무 많아 음모를 꾸미지 못하던 대제사장들은 가룟 유다의 변심에 천군만마를 얻었다. 

유월절이라 하는 무교절이 다가오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무슨 방도로 죽일까 궁리하니 이는 그들이 백성을 두려워함이더라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가니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줄 방도를 의논하매
그들이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언약하는지라
유다가 허락하고 예수를 무리가 없을 때에 넘겨 줄 기회를 찾더라
(누가복음 22:1-6)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일 주일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다. 처음에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성하신 예수님은 마치 곧 왕좌에 오를 것만 같았지만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대로 십자가 형에 더 가까이 가고 계시다. 그것이 막달라 마리아든, 나사로의 동생 마리아든, 그 사건이 수요일에 있던 일이든 종려 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든, 아니면 그보다 더 한 참 전에 일어났던 일이든,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갚을 수 없는 사랑에 감격하여 눈물로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발을 닦고 향유 옥합을 붇는 일은 죄를 깨닫고 죄 사함을 받은 자의 은혜다. 죄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내 멋대로 주님을 해석하다가 결국 주님을 팔아버리는 가룟 유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고난 주간을 보내며 그저 주님이 얼마나 아프셨을까만을 상기하고 겪어보지도 않았던 채찍질과 십자가 형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을 겪으시며 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에게 베풀어주신 찬란한 은혜와 사랑을 벅찬 감격으로 받아들이고 고난 주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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