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인들로부터 '디즈니+ 오리지널 재미있으니 좀 봐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터라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정주행을 시작했다. 바로 김영광, 이성경 주연의 디즈니+오리지널 <사랑이라 말해요>.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사랑이라 말해요>의 16회를 마치며 가슴이 따뜻해졌고 주인공 김영광과 이성경에 단단히 스며들어 버렸다.
1. 촉촉한 단비같이 맑고 깨끗하고 따뜻한 드라마
지상파, 종편, 케이블, OTT까지 콘텐츠 전쟁이 따로 없을 정도로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이용해도 좋은 콘텐츠들을 소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더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 OTT 후발 주자로 Netflix처럼 K-콘텐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이미 <카지노>, <형사록>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고 있는 디즈니+가 선보인 결이 살짝 다른 <사랑이라 말해요>. 단언컨대 최근 본 드라마 중 최고임은 물론이고 두고두고 다시 꺼내보고 싶은 드라마다. 미세 먼지 씻겨 버리는 촉촉한 단비같이 깨끗하고 따뜻한 감성 로맨스로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정주행 하고 나면 마음이 정갈해지는 힐링을 얻을 수 있어 강추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양궁선수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던 이성경(심우주 역). 13년이 흐른 뒤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이성경(심우주 역)은 장례식 장에는 부적절할 법한 호피 무늬 원피스에 짙은 화장을 하고 한바탕 깽판을 치러 간다. 하지만 남기애(마희자 역)로 부터 아버지가 현재 삼 남매가 살고 있는 연희동 집을 자신에게 유산으로 물려줬으니 집을 내놓으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김미화(우주 고모 역)로부터 남기애(마희자 역)가 집을 팔아 아들인 김영광(한동준 역)의 사업자금을 대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복수를 결심한다.
'내가 당한 만큼은 당하게 하겠다'며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이성경(심우주 역)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김영광(한동진 역)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축축한 등짝'을 가져 외롭기 그지없고 가슴 찡하게 순한 남자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만으로도 절절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배우들 덕에 가슴 깊이 촉촉해진다.
2. 김영광, 이성경의 재발견
사실 김영광, 이성경 주연이라는 말에 시청을 잠시 주저했다. 일단 메인 주연으로 두드러진 작품들이 없었고 누군가 더 명성있는 배우들과 함께 하는 주조연 급일 때의 기억이 많아서 섣불리 판단했던 나의 실수다. <사랑이라 말해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뻔히 드라마임을 알면서도 이 두 사람의 케미에 빠져들었고,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감정을 절제하며 온몸으로 전달하는 집중도 높은 연기를 펼치는 두 사람의 연기력에 매 회차 놀랐다. 마지막 회차까지 정주행 했지만 김영광, 이성경이 아니라 한동준, 심우주가 어딘가에서 행복한 사랑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니 말이다.
한동준 역의 김영광은 키 187cm로 남자 배우치고도 매우 큰 키에 속한다. 남자 배우의 키가 이렇게 클 경우, 카메라 앵글에 다 잡기가 쉽지 않아 좋은 그림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주인공인 이성경 역시 173.6cm의 여자 배우로서는 매우 큰 키로 장신의 남자 배우들과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 준다. 두 사람의 캐릭터에 맞게 의상이 드라마 내내 화려한 의상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눈이 시원해지는 비주얼 커플 덕에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실제, 이 두 배우들의 완벽한 케미로 방영 후 열애설이 날 정도였는데 각자 진행한 종영 인터뷰 에서 두 배우는 각각 열애설을 부인하며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음에도 로맨스 연기를 하는데 어색함은 없었다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3. 차기작인 기대된다.
<사랑이라 말해요> 시청 전에 <낭만닥터 김사부 3>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2를 정주행 하면서 시즌 2에 나온 이성경을 다시 보았다. '담담하게 대사를 잘 치는 배우다, 목소리가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감정 표현을 잘하는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보여준 절제된 연기력에 믿고 볼 수 있는 여배우가 한 명 더 탄생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 주부터 <낭만닥터 김사부 3>에서 이성경을 볼 생각을 하니 행복할 정도다.
<사랑이라 말해요>가 지상파나 케이블이 아니라서 너무 아쉬운 점 중에 하나는 만약 지상파나 케이블 처럼 더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에서 방영했다면 지금쯤 김영광의 인기는 2022년을 온통 이준호의 계절로 만들어준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또는 ENA에서 방영했지만 Netflix를 통해 동시 방영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 정도의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 포털에서 김영광 차기작을 검색해 보았을 정도로 목이 빠지게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16회에 배경음으로 흘러져 나오는 라디로 DJ의 멘트처럼, 영혼이 따라오도록 뒤를 돌아보는 인디언들의 습관처럼 잠시 멈춰 영혼을 어루만져 주게 해주는 힐링 감성 로맨스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한 달 간이라도 디즈니+ 구독해 보는 것을 강추할 정도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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